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브라질에서 중국까지 새로운 항로
트럼프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이번 프로젝트, 일명 ‘바이오세아니카 회랑(Corredor Bioceânico)’은 남미 대륙을 통째로 가로지르며 두 대양(bi=둘), 곧 대서양과 태평양을 장장 4,000km로 연결해 브라질을 물리적으로 조금 더 가까이 가져다주는 철도다. 브라질 동부 바이아주로부터 시작해 농업의 성지인 중부를 거쳐 페루의 찬카이(Chancay)항이 종착점이다. 오늘은 이 프로젝트를 두고 언론에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본다.
먼저,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본다. 브라질과 중국이 대양 간 철도를 논의한 것은 한참 브라질이 표면상 잘나갔던 2014년이다. 그렇지만 수년째 서랍 속에 잠자던 계획이 다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페루의 찬카이 항 덕분이었다. 2024년 11월에 개항된 이 항만은 중국 코스코 시핑(Cosco Shipping)과 페루 광산기업 볼칸(Volcán)의 합작으로 건설된 라틴아메리카 최대급 항구다. 그리고 2025년 7월, 브라질 교통부 산하 인프라 S.A.와 세계 최대 국영 철도기업인 중국국가철로그룹(China State Railway Group) 산하 경제기획연구원이 5년짜리 타당성조사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계획은 공식 궤도에 올랐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이 시점은 바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풍을 몰고 오던 순간이라, MOU가 서명되기까지 브라질과 중국 양국의 물밑 협상이 치열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2024년 6월에는 브라질 부통령이자 개발상공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고, 11월에는 시진핑 주석이 국빈 방문으로 브라질을 찾았으며, MOU 서명 두 달 전에는 룰라 대통령이 베이징을 국빈 방문했다. 아이러니하게도 MOU 서명 이틀 후, 트럼프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구하며 브라질에 정치 관세(50%)를 부과했다.
누구의 철도인가
그런데 한 꺼풀 벗기면, 이 철도의 주어가 흐려진다. 네 개의 층위를 겹쳐 놓고 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1. 설계: 노선의 출발점은 브라질의 곡창이지만, 도착점은 중국의 항만이고, 그 항만이 열리는 방향은 태평양, 곧 중국이다.
2. 자금: 2026년 2월 브라질개발은행(BNDES)이 발표한 1,400억 헤알 규모 철도 패키지 중 280억 헤알이 이 회랑의 브라질 구간에 배정됐고, 중국개발은행(CDB)은 관련 인프라에 8년 거치·25년 상환 조건으로 120억 달러 신용라인을 제시했다.
3. 운영: 종착점 찬카이 항은 중국의 코스코가 60년간 독점 운영하는 구조다.
4. 부채: 지난 6월, 브라질 정부는 투자자들을 불러 모아 8개 전략 철도 사업을 진열하고, 그 유인책으로 철도 전용 40년 만기 신규 신용라인을 내걸었다.
여기서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40년 만기 여신이다. 통상 20~25년인 인프라 금융을 40년까지 늘린 것인데, 기준금리(Selic)가 14.25%인 나라에서 이런 초장기 여신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사업들이 정상 조건으로는 돈을 구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대양 간 회랑의 척추인 FICO-FIOL도 그 목록에 있다. 다만 이건 조성된 펀드가 아니라 조건부 대출 약속이다. 결국 이 만기가 성립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돈의 출처가 외부, 곧 중국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브라질은 영토를 담보로 부채를 만들고, 중국이 모든 자원과 이익을 가져가는 그림이다.
정리하면 이 철도는 브라질에 놓이는 브라질의 인프라라기보다, 브라질이 40년 갚을 빚과 60년 내줄 항만 위에 놓아주는 중국의 태평양 출구에 가깝다. 페루 쪽에서 이미 벌어지는 일이 이를 방증한다. 2026년 3월, 중국 파워차이나(PowerChina)는 안데스 중부 후닌(Junín)의 구리·리튬 광산지대와 찬카이를 잇는 120km 철도 건설 계약을 4억 2,000만 달러에 따냈다.
그런데 브라질도 이걸 원한다
노선이 지나는 다섯 개 주(마투그로수·고이아스·바이아·혼도니아·아크리)가 2025년 중국에 수출한 물량이 224억 달러로, 브라질 대중(對中) 수출의 22%에 이른다. 이 물동량을 대서양 항구로 우회시켜 파나마 운하의 병목을 통과시키는 것과, 태평양으로 곧장 내보내는 것은 원가가 다르다. 이건 일방적 종속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비대칭적 상호의존이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러니한 것은, 이 사업의 구속력 있는 제약이 중국의 야심이 아니라 브라질 자신의 실행 능력이라는 점이다.
다행스럽게도, 브라질답지 않게 이 실행은 완전히 멈춰 있지 않다. 국내 간선은 두 속도로 움직인다. 중서부의 FICO 1 구간은 발레가 하루 1km씩 궤도를 깔며 첫 구간 인도를 2026년 10월로 잡았고, 남북철도는 이미 일부 운행 중이다. 반면 대서양 쪽 척추인 FIOL은 조각조각이다. 한 구간은 카자흐 사업자의 공사가 2025년 3월부터 멈춰 있고, 또 다른 구간은 환경 인가를 기다리며 굴착기 한 대 없이 서랍에서 잠들어 있다. 그리고 정작 이 뉴스의 핵심, 태평양까지 넘어가는 국제 구간(페루)는 11년째 ‘연구 중’이며 착공은 빨라야 2031년이다. 요컨대 브라질이 기존 수단으로 지을 수 있는 지루한 화물 구간은 기어가듯 전진하지만, 대박 뉴스의 주인공인 대양 연결선은 단 한 대의 기계도 움직이지 않은 채 MOU와 여신 발표 위에만 존재한다.
한국이 읽어야 할 지도
그렇다면 한국은 이 뉴스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착공 여부에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다. 정작 주목할 것은 그 뒤에서 다시 그려지는 지도다.
첫째, 항로가 바뀌면 가격결정권도 바뀐다 — 다만 한국은 이 지도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찬카이는 중국 전용 항이 아니라 이미 인도·인도네시아로도 화물을 보내는 상업 허브다. 한국도 쓸 수 있다. 다만 코스코가 운영과 가격을 쥐고, 페루의 규제기관마저 법원 결정으로 감독에서 밀려난 항만이다. 게다가 한국이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사는 원유와 철광석은 이 회랑과 무관하다. 유조선과 대서양행 전용 철도를 탄다. 이 회랑이 실어 나르는 것은 정확히 중서부의 옥수수와 대두박, 곧 한국의 사료·곡물이다. 그 품목에 한해, 파나마 경로 대비 아시아까지 약 2주와 물류비 20%를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철도는 한국에게 산업 원자재 카드가 아니라 식량·사료 안보 카드다(물론, 철도가 지어진다면, 그리고 파나마 의존을 코스코 의존으로 바꾸는 값을 치른다면).
둘째, 그러니 중국의 남미 진출을 ‘자원 사냥’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중국은 상품을 파는 단계를 지나, 그 상품이 오가는 지리 자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항만을 짓고, 광산과 항만을 잇고, 이제 대륙을 가로지르는 간선을 놓으려 한다. 지도를 쥔 자가 선택지를 쥔다. 이 지역에 자체 물류 거점이 없는 한국은, 남이 놓은 인프라 위에서 가격을 받아 드는 쪽이 된다. 더 빠른 사료 항로 하나를 얻는 대가로, 베이징이 운영하는 새 길목을 하나 받아 안는 것이다. 이득은 분명 있다(파나마·대서양 밖으로의 식량 안보 다변화). 값도 분명 있다(새로운 종속). 한국이 브라질을 여전히 ‘판매 시장’으로만 본다면, 그리고 찬카이를 공짜 점심으로 본다면, 이 지도가 다 그려질 무렵엔 이미 늦다.
얻어 타는 나라, 브라질
브라질 사람들은 남의 차에 얻어 타는 것을 까로나(carona)라 부른다. 도로가 부실하고 버스가 성긴 나라에서, 까로나는 궁상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양식이다. 느리고, 늘 무언가가 멈춰 서 있고, 혼자 힘으로는 좀처럼 끝을 보지 못하던 브라질이 이번엔 중국 자본이라는 차에 올라 비로소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도가 2031년에 놓이든 그보다 늦든,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운전대는 베이징이 쥐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대륙에 제 차가 없는 나라가 택할 길은 하나뿐이다. 운전자가 되기보단 영리한 승객이 되는 것. 까로나는 얻어 타되, 어느 자리에 앉을지와 요금이 얼마인지는 내려서가 아니라 타기 전에 따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