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의 첫 게시물: 월드컵과 베팅 공화국
24년 동안 이어진 월드컵 우승을 향한 브라질 국민들의 염원은, 자신감 넘치면서도 감정이 절제된 노르웨이 홀란드의 활약 앞에 무너졌다. 검색해 보니 16강 탈락은 1990년 대회(역대 최악의 스쿼드로 평가받는) 이후 처음이고, 브라질 축구인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고 꺼내 든 외국인 감독(안첼로티) 카드마저 실패로 끝났다. 축구는 필자의 전문 분야가 아니니, 오늘은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살펴본 것들을 키워드로 정리해 몇 자 적어 본다.
키워드 1: 월드컵 특수
2014년 월드컵, 필자는 S전자에 있었다. 당시 VD(지금은 역사속으로) 디비전의 리테일 마케팅 친구들이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잘 안 될 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농담임), 해당 기간에 티비를 구매한 고객에게 브라질이 우승하면 32인치 티비를 하나 더 준다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결과는 미네이랑 대참사(브라질이 독일에 1 대 7로 진 경기장 이름). S전자는 티비를 하나 더 줄 필요 없이 엄청나게 팔았다. 그다음 해에 기억나는 건, 브라질 법인 VD 출신들이 진급하는 풍경을 부러워하며 지켜봤던 일이다.
브라질 경기가 있는 날 이 나라가 멈춘다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경기일은 공휴일도 임시공휴일(ponto facultativo)도 아니지만, 고용주는 직원들의 조기 퇴근이나 재택근무를 허용해 주고, 경기가 끝났다고 직원들이 온전히 업무에 복귀하리라 기대해서도 안 된다. 노동법에 관련 규정이 없는데도 상점들은 문을 닫았고, 쇼핑몰은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 축제가 경제적 ‘특수(特需)’라는 통념이다. BTG Pactual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경기일에 소매 매출은 12%, 쇼핑몰 유동인구는 40% 감소한다. 맥주와 TV, 대표팀 유니폼이 팔리는 만큼 옷가게와 거리 상인의 매출이 증발한다. BTG의 결론은 건조하다. 월드컵은 소비의 총량을 키우는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를 재분배하는 이벤트라는 것이다. 그리고 2026년, 그 재분배의 종착지에는 새로운 수취인이 앉아 있다. 베팅업체다.
키워드 2: 네이마르와 베팅(도박)
브라질 대표팀에 60년 만에 부임한 외국인 사령탑, 명장 안첼로티 감독이 월드컵 최종 명단을 낭독한 날,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네이마르가 팔로워 2억 3,000만 명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첫 게시물은 소집 소감이 아니라 베팅업체 블레이즈의 광고였다. 이어진 50분 동안 광고 게시물만 세 건(전자상거래·스포츠 브랜드·에너지음료)이 더 올라왔고, 현지 언론은 그 대가를 건당 1,000만 헤알로 추산했다. 이런 놈을 축구 영웅이라고 대우해 주는 것도 웃기지만, 그 나이를 먹고 많은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 주고 선망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이 베팅이라는, 중독 취약계층의 인지 편향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행위에 앞장서고 있으니 분노가 솟아오른다.
이번 월드컵 소집 선수 26명 가운데 아홉 명이 베팅업체를 유니폼 메인 스폰서로 단 클럽 소속이다. 비니시우스 Jr.처럼 아예 개인 앰배서더 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다. 이 아홉 명 중 파케타는 프리미어리그 시절 고의로 옐로카드를 받아 베팅 시장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잉글랜드 FA의 조사를 받은 사례도 있다(물론, Science가 아닌 축구라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 어쨌든 34살에 조기축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활동량을 선보인 네이마르는 후반 교체 투입 후 노르웨이 골키퍼와 말싸움을 하면서 월드컵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실력 면에서도 한물갔지만, 베팅으로 시작해 베팅으로 끝난 커리어다(매우 주관적인 생각임).
키워드 3: 베팅업체
브라질 기초수급자(볼사 파밀리아)에게 지급되는 5헤알 중 1헤알이 베팅으로 간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4년 8월 한 달 동안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 수급자 약 500만 명이 Pix로 30억 헤알을 베팅업체에 송금했다. 송금자의 70%는 수당을 직접 수령하는 가장이었고, 1인당 지출 중앙값은 100헤알이었다. 같은 달 전 국민이 베팅업체로 보낸 Pix는 208억 헤알로, 카이샤(Caixa) 공영복권 매출의 열 배가 넘는다. 2024년 한 해 브라질인이 베팅에 보낸 돈은 약 2,400억 헤알. 작년 말 발표된 한 연구는 자살과 실업, 의료비, 노동 이탈을 합산한 연간 사회적 비용을 388억 헤알로 추산했다. 결제 인프라를 업으로 삼는 필자에게 가장 쓰라린 대목은, Pix의 미덕인 ‘마찰 없음’이 복지수당이 베팅 계좌로 직행하는 고속도로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의회는 무엇을 했을까. 상원은 2024년 11월 베팅 청문회(CPI das Bets)를 열었다. 청문회는 돈세탁과 사기, 범죄조직 연루를 적시하고,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16명의 기소 요구와 저소득층 등록자의 베팅 금지 등 20건의 입법 제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렇지만 결과는 4 대 3 부결. 최근 10년 사이 상원 CPI 보고서가 부결된 첫 사례였다. 베팅은 2018년 합법화되었고 2023년에야 규제 틀이 만들어졌으며 2025년부터 본격 과세되었다. 180만 명이 베팅으로 연체자가 되고, 도박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이 140만 명으로 추산되는 동안의 일이다. 베팅사들이 이번 월드컵에 얼마나 많은 광고비를 쏟아부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구독자 3,500만 명을 넘어선 월드컵 유튜브 중계 채널 CazeTV의 104개 중계 경기에 지치지도 않고 등장하는 걸 보면.. 할 말 다 했음.
키워드 4: 스폰서와 브라질 대표팀
축구와 돈의 관계가 의회로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7월 12일 파리,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호나우두(큰 호나우두)가 경련을 일으켰다. 선발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빠졌다가 30분 만에 새 명단에 되살아났고, 브라질은 프랑스에 0 대 3으로 무너졌다. 당시 브라질축구연맹(CBF)은 1996년 나이키와 10년간 현금 1억 6,000만 달러—당시 축구 역사상 최대 마케팅 계약—를 체결한 직후였다. 스폰서가 아픈 선수를 경기장에 밀어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라를 뒤덮었다.
하원은 청문회를 열어 여덟 달 동안 100명 가까운 증인을 심문했다. 청문회는 나이키가 주선하는 평가전에 주전 8명 이상을 출전시키도록 하는 조항을 CBF가 수용했다고 폭로했다. 호나우두가 청문회에서 받은 질문 가운데는 “지단은 누가 막기로 했었나”도 있었다. 그러나 협회 회장 등 34명의 기소를 요구한 최종 보고서는 2001년 표결조차 못 한 채 서랍에 들어갔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를 두고 “피자로 끝났다(terminou em pizza)”고 말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후일담이다. 2024년 12월, CBF는 나이키와 2038년까지 재계약했다. 연간 3,500만 달러였던 후원 규모는 1억 달러로 뛰었고, CBF는 이를 세계 축구 사상 최대 용품 계약이라 자랑했다.
마무리
브라질의 월드컵 탈락으로 모두 일상으로 복귀한다. 어제 같이 축구를 보던 한국계 브라질인 와이프는 슬퍼했다. 오늘 출근해 직원들 분위기를 보니 다들 슬퍼한다. 월드컵 특수도 없고, 경제도 안 좋다. 소득도 안 늘어나는데 베팅만 계속 해대니 발전도 없다. 이렇게 2026년, 6번째 우승을 향한 브라질의 6번째 도전(마지막 우승은 한일월드컵)은 초라하게 16강에서 끝났다. 이제 일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