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Pay, 나스닥의 종을 친 뒤: 성장 신화와 마스터의 늪 사이에서
지난 1월, 오랜만에 브라질 기업이 미국 주식 시장의 종을 쳤다. 디지털 월렛 PicPay다. 2012년 창업했고, 브라질 창업 생태계의 메인스트림인 상파울루나 산타카타리나가 아닌 지방 도시 비토리아(Vitória)에서 출발한 회사다. 당시 브라질 핀테크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누뱅크(2013), 크레디타스(2012)가 있었고, 필자의 스타트업이 처음 선택했던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 Guiabolso(미국 Mint와 비슷한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있었다. 필자가 이 업계에서 활동한 것이 2018년부터였으니, 이들의 성장 과정을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본 셈이다.
앞서 여러 차례 썼지만, 브라질은 매우 핀테크 친화적인 국가다. 그 배경에는 낮은 교육 수준과 빈부격차에서 비롯된 스프레드 문제에 중앙은행이 규제 완화로 대응해 왔다는 사정이 있다. 이 혁신 어젠다는 2016년부터 본격화됐다. 그 결과 Nubank·PicPay·MercadoPago(Mercado Livre의 결제회사)의 주도 아래 수천만 명의 브라질인이 생애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받았고, 금융 이력이 쌓이면서 대출 상품까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본 브라질 핀테크 환경과 PicPay 성장의 이면에 대해 몇 자 적어보도록 한다.
복제된 신화, 그리고 다른 길
Nubank의 성공 신화는 빠르게 경쟁자들에게 복제되며(copy and paste) 여러 채널로 퍼져 나갔다. Nubank가 2013년에 단독으로 이 신화를 일궜다면, MercadoPago는 1등 이커머스 플랫폼답게 풍부한 인프라 속에서 마켓플레이스 판매자의 판매 데이터로 신용도를 평가하고 그 판매 수수료로 대출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생태계 안의 중소 판매자 가운데 60% 이상이 MercadoPago를 통해 생애 첫 신용에 접근했다는 사실이다. Nubank가 카드라는 단일 무기로 시작해 은행으로 확장했다면, MercadoPago는 결제·물류·광고가 얽힌 생태계 락인으로 고객을 가뒀다. 길은 달라도 엔진은 같다. 과점 은행이 강요하던 마찰과 수수료를 걷어내고, 소외된 이들에게 신용을 열어주며, 거기서 나온 데이터로 다음 신용을 굴리는 Flywheel.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PicPay는 조금 다르다.
선구자에서 자회사로
이들이 처음 잡은 자리는 P2P 송금이었다. 엔드 유저에게는 앱을 주고 상점에는 QR코드를 제공해, 유저가 상점에 직접 송금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위챗페이나 알리페이가 중국에서 하던 그것을 단말기 없이 QR코드만으로 옮겨 온 셈이다. 당시의 계좌이체는 시간이 걸렸지만, QR코드 인증만 되면 상점에 즉시 입금되도록 설계했다. 무엇보다 이 모델은 Pix(브라질의 실시간 간편결제 시스템, 무료) 도입 이전에 시작되었다. PicPay는 중국식 모델을 브라질에 들여온 선구자였고, 이는 훗날 중앙은행이 Pix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었다.
문제는 이 모델을 확장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든다는 점이다. 그렇게 확보한 유저와 상점의 리텐션(Retention)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다. 스타트업은 늘 외부 자본을 연료로 삼는다. 초반에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연료로, 후반에는 성장을 가속하는 장치로 쓰인다. 그래서 어느 정도 유저가 모이고 리텐션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M&A 시장에 나오게 되는데, PicPay 역시 2015년 바치스타(Batista) 형제의 디지털 은행 방코 오리지날(Banco Original)에 인수됐다. 브라질 최대 육류기업 JBS(NYSE: JBS)를 거느린 바로 그 가문의 지주회사 J&F 산하로 편입된 것이다.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순수 스타트업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은행의 연장선에서 혁신적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회사로 봐야 할지, 판단은 시각마다 다를 것이다.
PicPay는 2021년 첫 IPO에 도전한 적이 있다. 당시 투자 전 가치는 80억 달러였지만 매출은 4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주가매출배수(PSR) 200배라는 비현실적인 밸류에이션으로 시도했다가 결국 철회했다. 이후 내실을 다진 결과 2025년 예상 매출이 4억 달러 수준으로 10배 성장했고, 4,200만 유저와 투자 전 가치 26억 달러를 들고 이번에 다시 문을 두드린 것이다.
J&F 품에 안긴 이후 성장은 가팔랐다. 2025년 4분기 순이익은 1억 8,800만 헤알, 전년 대비 136% 증가로 회사 스스로 제시한 가이던스 상단(1억 4,300만 헤알)을 31.5% 웃돌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억 3,400만, 씨티는 1억 400만을 예상했으니 셀사이드 전망도 가볍게 따돌린 셈이다. 신용 포트폴리오는 1년 만에 128% 늘어 241억 헤알에 달했고, 분기 중 신규 취급액 44억 헤알의 90%가 consignado(급여 공제형 대출)에서 나왔다. 1분기 가이던스도 컨센서스를 10% 웃돌았다.
그런데 상장한 지 다섯 달이 지난 지금, 회사의 주가는 상장가 대비 반토막이 났고, 최근(1~2주 사이) 미국발 집단소송과 검찰 수사가 동시에 들이닥쳤다.
PicPay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3월에 드러난 한 줄
먼저 연체율이다. 브라질 금융시장 전체가 연체율 문제를 겪고 있다. 여기에 공격적인 유저 확보와 금융상품 공급이 겹치면서, 금융회사의 가장 중요한 KPI인 90일 연체율이 지난해 9월 6.0%에서 12월 7.2%로 뛰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3월에 드러난 한 줄이다. PicPay는 약 6억 헤알 규모의 신용을 2단계에서 3단계(손실 위험이 높은 등급)로 재분류했고, 그만큼 충당금이 8,800만 헤알 늘었다. 또 다른 문제는 시점이다. 상장은 1월, 4분기 결산과 함께 이 재분류가 공개된 것은 3월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 헤지펀드 퍼스트파이어(FirstFire)는 경영진이 로드쇼 당시 이미 이 신용 악화를 알고도 투자설명서에서 숨겼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아이러니한 것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의 합의된 설명이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2월의 주가 급락을 두고는 “그저 IPO 직후의 주주 로테이션일 뿐, 펀더멘털로는 이 하락이 설명되지 않는다”고들 했다. 같은 회사를 두고 두 개의 이야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지금부터는 조금 길고 피곤한 이야기다. 브라질 금융업이 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 관한 것이다.
공무원의 월급이라는 광맥
PicPay는 미국에서의 소송 외에도 브라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이렇다. PicPay는 2024년 브라질리아 연방특구(DF) 공무원을 상대로 급여 선지급 상품을 제공하는 입찰을 따냈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부당한 이자, 이른바 ‘위장 이자’를 물렸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이면이 있다. 공무원의 월급을 담보 삼아 굴리는 대출, 곧 consignado야말로 브라질 역사상 최대 금융 스캔들로 무너진 Banco Master를 키운 바로 그 엔진이었기 때문이다.
Banco Master의 폭발적 성장은 두 개의 축으로 굴러갔다. 하나는 공무원 급여에 얹은 consignado, 다른 하나는 주·시 공무원연금기금(RPPS)에서 끌어온 자금이다. 은행 소유주 다니에우 보르카루(Daniel Vorcaro)는 각 지방정부의 단체장과 재정 책임자를 직접 찾아다니며 공적 자금을 마스터로 옮기도록 설득했고, 연방경찰은 그 과정에서 연금기금 운용역들에게 뇌물이 건네진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적어도 18개 주·시 RPPS가 FGC(우리로 치면 예금보험) 보호도 없는 마스터의 장기 채권(letras financeiras)을 사들였다. 히우데자네이루 주 연금(히우프레비덴시아)이 2023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9억 7,000만 헤알을 넣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공무원의 급여가 대출을 먹이고, 그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 채권 발행을 떠받치고, 그 채권을 다시 공무원들의 미래 연금 재원이 사들이는, 기묘한 자기참조 구조였다.
두 사건을 잇는 고리는 추상적이지 않다. PicPay의 급여 선지급 사업은 DF 정부의 급여 시스템과 맞물려 있고, 이번 검찰 수사 대상에는 브라질리아 국영은행 BRB(Banco de Brasília)와 그 전임 행장 파울루 엔히키 코스타(Paulo Henrique Costa)가 PicPay와 나란히 올라 있다. 공교롭게도 코스타는 Banco Master 사건으로도 이미 구속된 인물이다.
물론 PicPay는 사기로 기소된 적이 없으며, 검찰이 지적한 위장 이자는 수수료가 아니라 매출채권 선지급의 대가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마스터 이후의 브라질에서는, 공무원의 월급을 다시 수익화하는 무대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짙은 그림자다.
어쨌든 PicPay의 성장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이미 경쟁이 과열된 디지털 은행 시장에서는 유저 하나를 확보하기 위해 모두가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금융 라이선스가 있고 확실한 채널까지 갖추면, 이번 케이스처럼 정부와 연계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담보대출을 공급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유저를 확보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
세 배의 간극
시장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다. PicPay는 Nubank에 비해 시장 침투율이나 고객 유지율이 다소 낮다. 그러나 브라질의 신용 시장은 여전히 대형 은행들에 집중되어 있고, 5대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한국과 미국의 두 배에 달하는 평균 19%다. 핀테크가 파고들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 케이스는 결국 지배구조 할인으로 정리된다. PicPay의 최대주주는 지분 66.7%를 쥔 J&F, JBS를 거느린 바치스타 형제의 지주회사다. 한 셀사이드 애널리스트는 PicPay에 분명한 상승 여력이 있다면서도 “지배주주 때문에 이 종목은 영원히 거버넌스 할인을 달고 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같은 라틴아메리카 핀테크 신용 플레이북을 들고도, Nubank는 세계 거의 모든 은행보다 비싼 27배의 주가수익배수(PER)에 거래되는 반면 PicPay는 8배다.
세 배가 넘는 이 간극은 기술의 차이가 아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상장 첫날 사진 한 장에 이미 다 담겨 있었다. 나스닥 상장식에서 PicPay 경영진을 제치고 JBS 최대주주들이 전면에 나섰다. 마치 재벌 총수가 자회사의 미국 상장에 흥분해 앞에 나선 것과 같다. 그런데 그 옆에 선 어린아이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최대주주의 가족으로 추정된다. 회사의 공식 행사에 아이들을 동반할 만큼 공과 사의 경계가 느슨하다. Gemini에 물어보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문화라고 하는데, 정작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기업의 상장 현장 사진에서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라틴적이라기보다는 브라질 특유의 문화로 봐야 할 듯하다.
분명 저 아이들은 이 역사적 순간의 주인공은 아닐 듯하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너 나스닥 상장 벨 쳐봤어?’라고 하지 않을까?



